이집트의 황금빛 창조 신화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미이라(1999)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1편과 2편이 이어지는 전개로 둘 다 재미있어서 소장해서 요즘에도 가끔 생각나면 본다. 레이첼 와이즈(에블린)와 브랜든 프레이저(릭 오코넬) 그리고 이모텝까지. 지금 다시 봐도 재밌고 화려한 모험 판타지 영화다.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보물과 미이라들을 쫓다 보면 자연스레 마주치는 신들이 바로 호루스, 세트, 야누비스 같은 이집트 신들이다. 갓 오브 이집트는 바로 이 신들의 최초에 관한 영화다.
줄거리 : 신과 인간이 공존하던 평화로운 제국 이집트에 닥쳐온 위기 (feat. 신들의 전쟁)
태양신 라에게는 오시리스와 세트, 두 아들이 있었다. 첫째인 오시리스에게는 나일강 유역을, 세트에게는 사막을 다스리게 했다. 신과 인간이 섞여 살고 평화와 번영을 이룬 신 오시리스는 자신의 자리를 왕자 호루스(니콜라이 코스터-왈도)에게 물려주기로 한다. 제국의 온 신과 온 백성이 함께 모여 축제를 벌인다. 그런데 멀리 사막에서 온 삼촌 세트가 별안간 결투를 신청하며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대동한 부하들을 이용해 조카를 이긴 삼촌 세트(제라드 버틀러). 그는 예전부터 비옥한 나일강을 차지한 형과 달리 모래폭풍이 휘몰아치는 사막으로 밀려난 것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기회를 틈 타 반역을 꾀했다. 대관식에서 형을 죽이고 조카인 호루스의 두 눈을 빼앗아 힘을 잃게 했다. 그리고 호루스의 약혼녀인 하토르(에로디 영)까지 빼앗는다.
세트는 이집트의 새로운 권력자가 되면서 자신을 거스르는 모든 신과 인간을 탄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는 탑을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이 쌓기 시작한다.
이집트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압제를 모두 경험한 인간 벡(브렌튼 스웨이츠)은 사랑하는 여인 자야(코트니 이튼)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어떤 시련도 견딜 수 있었다. 이집트의 신들을 진정으로 사모하고 경외하는 자야는 세트의 하늘탑을 주관하는 건축사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면서 벡과 사랑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자야는 한편으로 이집트가 처한 현실과 두 눈을 잃고 갇혀있는 호루스를 걱정하며 위험한 일을 감행한다. 호루스의 눈이 보관되어 있는 지하실의 도면을 훔친 것. 미로와 살상장치들이 가득한 그곳을 벡은 자야를 위해, 자야의 이집트를 위해 마침내 호루스의 한 쪽 눈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곧 들통나고, 도망가는 과정에서 벡은 연인 자야를 잃게 된다.
벡은 상심한 마음으로 호루스의 한 쪽 눈을 들고 그 주인을 찾아간다. 신이라면 그녀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낙심에 빠진 왕자 호루스는 인간의 생사에 관심이 없지만, 위험을 뚫고 자신의 눈 한쪽을 가져온 인간 소년과 덜컥 약속을 하게 된다. 자야를 살려주겠노라고...
신과 인간의 동맹, 인간의 도움을 받는 신의 인간적인 면모?
호루스는 신이지만 두 눈을 잃고 힘도 잃었다. 덩치는 크지만 모든 권력과 힘을 손에 쥔 삼촌 세트에게는 당해낼 수 없다. 자존심 상하지만 자신의 반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없는 영역, 인간의 생사에 대해 자신에게 요구하고 있다. 호루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는 모른 척 인간 소년을 잘 구슬려 한쪽 눈마저 되찾으려 한다.
벡은 신을 온전히 믿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자야가 신들을 믿었고 그래서 그녀의 말을 들었다. 한 쪽 눈을 되찾긴 했지만 온전치 않은 호루스는 반쪽짜리 신이다. 말도 행동도 거칠고 모시기가 영 힘든 신이지만, 두 눈을 다 갖고 힘을 찾게 되면 신으로서 자야를 죽음의 땅에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상이몽의 두 남자가 함께 거친 사막을 헤치며 모험을 떠난다. 그 사이 지하세계의 자야는 아누비스의 인도에 따라 심판대로 향하게 된다. 당시 이집트의 사후세계에는 노잣돈을 많이 내야 영혼이 소멸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자들은 사후에도 복을 누렸다. 빈손으로 저승길에 오른 자야를 구하려면 더 서둘러야 했다.
화려한 신들에게 어울릴만한 판타지 액션신이 가득한 영화
초반부터 금빛 찬란하게 싸웠던 호루스와 세트의 액션신을 중심으로 사막의 모래 폭풍과 괴물의 공격,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한마디로 볼거리가 많은 영화다. 전개 방식도 지루하지 않고 유연하게 잘 이루어진다. 특히 인간의 사랑을 통해 신도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회복하게 되는 부분이 꽤 인상 깊었다.
화려한 캐스팅도 영화를 보는 즐거움에 한몫했다. 특히 지혜의 신 토트 역으로 분한 채드윅 보스만(와칸다 포에버!)도 눈에 띄었다. 여기선 아는 거 많고 재수 없는(!) 신이긴 하지만 나름 감초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위기가 있었지만 예상대로 악은 끝이 났고, 평화가 찾아왔다. 호루스는 우여곡절 끝에 나머지 한쪽 눈을 되찾고 세트를 꺾었다. 그리고 인간인 자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 하토르(죽음과 사랑의 여신)를 잃기로 한다. 인간의 사랑을 지켜보며 그도 자신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고 최후의 평화가 찾아온 이집트를 최고의 인간이자 친구인 벡에게 잠시 맡겨두고, 왕 호루스는 잃었던 자신의 여인을 찾아 지하세계로 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현재 웨이브와 왓챠에서만 볼 수 있고, 나는 네이버 시리즈 온 무료 영화에서 봤다.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또 무료로 뜰 수도 있다!)
그동안 이집트 세계관에서 이름 정도로만 알고 있던 신들의 세계를 재밌고 판타스틱하게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소 유치하게 이어지는 전개도 있지만, 화려한 볼거리들이 넘치는 영화이므로 무난하게 소비할 수 있는 오락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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